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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xtor's Hall/사회적 이슈

사람이 기대마 [닭장차]에 치었다고?!

by Trixtor 2008. 5. 31.
dc전경갤에서 펌


아래 글은 편의상 존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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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가 의경 458기 출신임을 밝힌다. 나는 1995년 9월 입대하여 1997년 11월 전역할
때까지 서울에서 근무했다. 의경 출신이기 때문에 경찰 쪽에 시선이 더 간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나중에 "알고보니 의경출신 아니 이런" 이런 소리 듣는 거보다야 이게 낫지.

5월 30일 서울시내에서 모인 시민들은 시청앞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하고 촛불을 흔들기도 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감은 없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집회가 진행되었고, 경찰들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교보문고에서 청계천, 프레스센터를
지나는 동안 만났던 전의경 대원들은 담배를 피우며 웃음띈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직원들은 무전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3G 화상폰으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등 상당히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들은 대기 중인 경력이었고, 시청 앞 광장
주변의 경찰들은 방패를 앞에 세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근무하고 있었다.

시청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고 자유발언을 하면서 집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시청앞 광장 집회가 끝난 후 많은 시민들이 가두행진에 나섰다. 나는 지난 여러 나날
동안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비폭력 평화집회의 성과를 볼 수 있었다.

참가한 시민들은 소고기 반대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구호를 외치는 사이사이 비폭력을
강조했다.

사거리를 지날 때는 외곽라인의 시민들이 지나가는 차량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고, 클락션을 울리며 시위를 지지하는 차량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개중에 시위에 불만을 가진 차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택시기사는 욕을 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최대한 충돌을 피했다.

가끔 경찰에게 욕을 하거나 무엇을 던지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즉각
제지했다. 과격한 구호나 야유도 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의료봉사단은 큰 부상에 대비하는 것 뿐 아니라 사소한 찰과상조차 최대한 정성들여 치료해줬다.

듣던대로 예비군복을 입은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인간띠를 만들었고 충돌을
막았다. 많은 시민들이 그들을 지지했고 그들을 응원하는 박수를 치거나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짭새들은 겁먹었다" "예비군은 경찰쳐라" 등의 구호로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히 예비군 시위 참가자들은 그런 구호도 제지했고,
다른 시위 참가자들도 그런 구호는 자제하라고 했다.

중간중간 취객과의 시비도 있었다. 북창동 단란주점에서 나오던 남자들이 시위대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아니 왜 좋은 거 보고 나서 그러시나...

무엇 때문에 흥분했는지 웃통을 벗고 시위대에게 달려드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외곽을
지키던 2-30대 남성들이 그에게 가서 그를 최대한 안정시키며 충돌을 막았다. 주변의 트러블을
막는 사람들에게서는 절대 폭력이나 충돌, 욕설이 없었다.

거리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시청앞 광장에서 자진해산을 요청하며 경고하는 경찰과 대치하였다.
사람들은 대치 중간중간 근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먹으며
휴식했고 휴대폰이나 디카로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무언가 저지르겠다는 긴장감도 없고
경찰과 뭔가를 하겠다는 각오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오히려 무슨 일 터지지 않나 구경하려는, 불구경, 싸움구경의 마인드로 모인 사람들도
보였다.

이건 반정부나 반미의 문제가 아니다. 한 40대 남성은 미대사관에 항의하러 가자고 구호를
외치다가 시민들에게 저지당하고 야유를 샀다. 시청앞에서 미국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였다. 어느 가족은 아이들이 길에서 파워레인저 칼로 칼싸움을 하고 부모들은 촛불만
든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 말마따나 '평생 데모질 한번 안해본 듯한' 사람들이
인적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집회를 반정부 반미 시위로 몰고간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밤 11시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시청 앞에서 경복궁 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경찰 기동대가
차단하고 있는 동안 플라자 호텔 앞 노상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 소동이 '30대 남성 경찰버스에 깔린' 사건이다.

경찰 기동대와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어느정도 살펴본 나는 뒤쪽에 나타난 경찰버스에
다가갔다. 경찰의 차벽 전략을 위해 배치된 차인지 어떤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이다.

두 대의 경찰버스가 프라자 호텔 앞에서 비스듬히 주차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버스 주변에 모이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 외곽에서 "비폭력"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었지만 비폭력 구호가 욕설에 파묻혀 버릴 정도로 과격했다.

그 현장에 경찰은 교통경찰 직원과 교통의경 몇 명 뿐이었다. 이들은 경찰버스 주차를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경찰버스에 구호가 적힌 스티커와 포스터 등을
붙였다. 경찰은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 방패에 소고기수입반대 스티커를 붙여도 그 순간
은 제지하지 않듯이 그들은 그것을 막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철사를 가져와 경찰버스의 문고리를
묶어 잠그는 시도를 했지만 교통대원들은 그것도 막지 않았다. 최대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드미러를 손으로 때리고, 돌려놓기도 했다. 부러뜨리려는 듯 쥐고 흔들기도
했다. 경찰버스 앞유리창에 시위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두세장의 포스터를 붙이자 앞유리는
완전히 시야가 가려졌다.

사이드미러는 뒤집어져 있고, 앞유리엔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 상황에서 사람들은 경찰버스를
포위하고 "차 빼라 차 빼라" 구호를 외쳤다. 어쩌라고?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 속을 비집고 교통의경 한 명이 다가가 앞유리에 붙은 포스터를 뜯어냈다.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포스터이기 때문에 쉽게 뜯어졌다. 그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폭력경찰 새X야 왜 함부로 그걸 뜯어."
"니가 뭔데 함부로 그걸 뜯어."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그 교통의경에게 달려들어 몸을 밀치고 주먹으로 치면서 욕을 퍼부었다.
뒤늦게 직원이 나서서 그들 간격을 떨어트리고 몇몇 사람들이 그 사이에서 몸으로 막으며
비폭력을 외쳤다. 그리고 뒷쪽에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경찰이 시민에게 씹새X라고 욕을 했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교통의경은 분한 듯이 자기가 언제 욕을 했냐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욕해놓고
왜 사과를 안 하냐"며 그 의경의 멱살을 잡고 차로 밀쳐댔다. 한 직원이 그 사이에 뛰어들어
진정들 하라고 하자 일순간에 경찰버스와 교통경찰들이 군중에게 포위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경찰버스와 경찰을 포위하고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물러가라" "차 빼라"를 외쳤다.
아무런 행동도 못 하게 하고, 그 순간 경찰 버스는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통경찰 직원, 교통의경들이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할 때, 흰색 와이셔츠의 남자 하나가
차 범퍼 밑으로 신속히 몸을 숙이며 뛰어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람이 차에 깔렸다!"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무 얼떨떨해서 그 장소에
있었던 나조차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꼼짝 못 하던 경찰버스가 움직이는 순간 앞에 서있던
남성이 차 범퍼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만약 그가 경찰버스에 치었다면 그 앞에 있던 다른
교통경찰과 다른 사람들은 왜 안 치었는가?


"시민이 닭장차에 치었다!" "경찰이 사람을 치어죽였다!"라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경찰버스를
둘러싸고 흔들어댔다.

급하게 모여든 취재진을 향해 사람들은 "사람이 다쳤는데 왜 찍어! 찍지 마!"라며 카메라를
가렸다. 방송국 스티커가 붙은 카메라는 현장에 접근하지 못 했고, 캠코더나 개인 디카는 접근할
수 있었다.

취재진 티가 덜 나는(?) 나는 사실확인을 위해 몸을 숙여서 경찰버스의 번호판을 찍으려고 했다.
어쨌든 차량 번호판은 찍어둬야 사실확인이 될테니 말이다.

그때 누군가 내 뒤에서 내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경찰버스의 번호판을 잘 찍을 수 있게 말이다.
73 러 1750. 내가 찍은 경찰버스의 번호판이었다. 처음 시비가 붙었을 때 누군가 경찰버스 앞번호판
에 구호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였는데 말끔히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지.

그리고 그 앞에서는 교통의경으로 복무했고 교통사고조사반에서 수많은 교통사고를 봤던
내 눈으로는 도저히 차에 치인 사람이라곤 믿기 힘든 자세로 누워 있는 와이셔츠 차림의 남성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경찰버스가 사람을 깔았다고 했지만 그의 몸은 어디에도 끼어있지 않았고, 범퍼에
무릎을 살짝 기대고 있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경찰버스가 약간씩 앞뒤로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선 욕설과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아마 경찰버스가 사람을 깔아서 짓뭉겐다고 상상했을 수도 있겠다.
나도 그런 상상을 해봤다. 하지만 범퍼 앞에 누운 사람의 자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물러났고, 의료봉사단이 달려오자 사람들은
119구급차를 부르라며 그를 보호하며 데려갔다.

경찰버스를 에워싼 사람들은 차를 흔들며 "살인경찰 물러나라" "차빼라"를 외쳤다.
가끔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를 든 사람들이 앞유리창 보호창살에 매달려 운전석을 향해
"얼굴 가리지마 XX야" 라며 욕을 하며 촬영을 했다. 기자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비폭력"을 연호하는 사람들에겐 "니가 뭐냐" "경찰 프락치냐"라는 욕설이 쏟아졌다.

시간이 지나서 119구급차가 왔다.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요언론 기자들이 취재를 시도했지만
욕설과 비난으로 불가능했다. YTN 기자들은 강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잠시 후 119구급차에서
내린 들것이 경찰버스에 치인 사람이 있다는 곳으로 갔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인경찰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나라"를 연호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들것이 다시 나왔다. "부상자가 지나가도록 길을 터줍시다."라고 누군가
말하자 일제히 길이 갈라졌다. 아 일본인 관광객 아줌마 둘이 쇼핑백 들고 지나갔다. 그래도
다들 욕은 안 하더라.

그리고 아무도 안탄 들것이 나와서 119구급차에 올라탔다. 순간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경찰버스에 치인 사람이 걸어서 어디론가 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주변에선 계속해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 욕설이 터져 나왔다.
DLSR을 든 한 여성(기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은 눈물을 흘리며 나왔다.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된 나는 현장을 이탈하였다.

그리고 약 5분 후 휴대폰으로 문자가 쏟아졌다.

"민중의 소리 생중계 보고 있는데 경찰버스에 사람 치었다며?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야 경찰이 사람 친 게 사실이냐? 나도 나가야 하나."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내가 본 것을 이야기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네 가지다.

하나는 내가 본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서이다.

이 집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이 참가하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 집회다.
집회 도우미들이 취객들과의 시비를 막고 지나가는 차량과의 시비를 막는다.

예비군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경찰과의 충돌을 막는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평화집회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못 보는 곳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직력 있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내는
비겁한 거짓말이 평화로운 무브먼트를 배후세력이 있는 폭력시위로 변질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면 결국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폭력의 현장 만이
반복될 뿐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선 자기 눈으로 본 것을 믿어야 하고 귀를 의심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현장에서는 소리가 거짓을 만든다. 누군가 사람이 차에 치었다고
외친 것 만으로도 살인경찰이라는 오명이 만들어졌다.

세번째는, 경찰이 지금까지 저런 식으로 사실왜곡을 하는 극렬시위선동자들에게 시달려서
인이 박혀있다는 사실을 변명하고 싶다.
경찰은 많은 시위현장에서 과격한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 인원이 모이는 평화적 집회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경찰에게 이번 집회가 지금까지의 역사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다른 국민들에게도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시민 참가자들이 저런 과격한 흐름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나는 오늘 교통의경에게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던 사람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면 "비폭력"을 외치며 뒤로
빠지는 모습도 봤다. 이런 모습을 본 경찰들은 집회 참가자 전체를 적대시하게 된다.

네번째는 경찰 지휘부를 비판하고 싶다.
경찰 지휘부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차량과 관련된 사고나 피해가 그렇게 많았는데도
아직도 위기의식이 부족하다.

과거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는 경찰차량이 시위대에 포위되어 전소되거나 피탈당한
사례가 많았다.

97년 한양대 상황에서는 혼잡한 상황에서 경찰차량이 후진하다가 전경 대원을 충격하여
사망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경찰차량에는 후진시 경고음이 나는 안전조치가
추가되었다.

그 이후에도 집회상황에서 경찰버스가 전소되거나 시위자들이 경찰버스를 탈취하여
차량 내에 있던 대원들의 기물을 파손하거나 금품을 절도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첨 듣는 사람도 많을 거다. 경찰이 발표를 안 했지. 쪽팔리니까.

그런데도 아직도 차량을 홀로 방치하거나, 소수의 교통대원들에게만 주변 통제를 하게
해서, 이번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했다.

차량 관리를 못 해서 경찰에도 피해가 오고 시민에게도 불신을 사고, 사고가 발생한다.
제발 집회현장에서 차량이 고립되거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휘와 관리에 긴장해야 한다.


촬영한 영상을 인코딩한 후 어디에 올릴지 고민을 해야 겠다.
그리고 나는 필요하다면 법정에 설 각오도 있다.

오늘 내가 보고 찍은 걸 생각하며 이 글이 행여나 지금의 집회 자체를 공격하는 글로
보일까 걱정이다. 나는 행진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들은
결코 포악한 반미가 아니고 잘못된 행정에 분노하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시민의 분노가 어이없는 거짓말 때문에 왜곡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 글을 올리기로 결심했다.